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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해야 할 권리


김철상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28일
단기4352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 통계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수가 799만여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의술의 발달과 함께 높은 소득수준으로 좋은 영양공급과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흔히들 늙고 병들어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때서야 ‘죽음’이란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오래 사는 것만이 삶의 목표가 아닌 시대다.

보편화된 의료 치료로 인해 죽음의 시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시대인 것이다.

삶의 마지막은 대부분 노환과 질병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 <산청군 행정교육과 김수용>
ⓒ hy인산인터넷신문

그렇기에 죽음을 어떤 형태로 맞이하고 싶어 하는지 마치 수학공식처럼 정형화된 답을 듣게 된다.
“건강하게 살 만큼 산 다음, 저녁에 잠을 자다가 그대로 깨어나지 않는 것이다”고.
하지만 이런 죽음을 맞는 것은 매년 3만여명에 달하는 심정지 사망자에 해당되는 죽음이다. 평소 함께하던 가족에게 통보없는 갑작스런 죽음이기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0~70년대 풍족하지 못했던 시대에는 60세만 넘겨도 축복을 받았다. 그 당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이자 인생의 목표였기에 죽음은 준비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오직 사는 데만 집중할 뿐, 어떻게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것이지, 어떻게 죽는 것이 바람직한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지금 우리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어 선지 오래다. 사망자의 절대 다수가 노환과 질병으로 죽는 현실을 볼 때 죽음은 더 이상 기피하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한번쯤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차분히 생각하고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죽음과 관련해서 예전에는 대부분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는 형태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의 죽음’을 생각해 볼 때다. 내가 원하는 방식의 죽음이란 곧 내 뜻대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자신의 죽음을 자신의 뜻대로 결정할 수 없는 현실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 요즘이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없었던 한 사람의 사례로 김옥경 할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인 2008년 2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고령의 환자가 폐암 조직검사 도중 과다출혈 등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에 병원 의료진은 심장마사지 등을 시행하여 심박동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였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이때부터 고령의 환자인 할머니는 식물인간상태에 있으면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인공영양 공급 등의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의학적 생명은 살렸어도 인간으로서 환자가 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연명치료를 중단해 줄 것을 병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사망에 임박한 상태가 아닌데도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의사의 생명보호 의무에 반하기에 가족들의 요청을 거부하였다.

결국 할머니의 가족들은 ‘인위적인 생명유지 시행을 중단해 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기나긴 소송 끝에 대법원은 가족의 뜻을 받아 들였다.

이 사례로 인해 사회에 많은 파장을 불러왔던 것이 ‘김옥경 할머니’의 죽음으로,
이것은 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첫 번째 판례가 되었다.

그러나 김옥경 할머니는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하지 않았다. 평소 고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잘 알고 있었던 가족들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우리에게 김옥경 할머니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의식이 있을 때 자신의 의사로 존엄사를 준비하는 것이 자신과 가족에게 마음과 비용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행위일 것이다.

오늘날 연명치료는 의술의 발달로 생명의 끈을 이어갈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하지만 남겨진 가족과 사회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준다고도 생각된다.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잃어버린 이에게 연명치료를 위한 투자는 의미없는 지출일 것이다.

2016년에 제정된 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를 통과해서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의 취지는 내 생애 마지막으로 행사하는 자율적인 권리 선언인 동시에 자신의 존엄과 품격을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 시행으로 인한 찬반양론이 만만찮은 것 또한 문제로 남아있다.

생명이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한 것이기 때문에 존엄사란 명목으로 사회적 풍토가 생명을 경시하는 부작용이 일어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 여러 단체에서 연명치료 중단 의향을 상담하고 있다.
나 역시 지난 2013년에 ‘사전의료의향서’를 신청해서 그 증서를 받았다.

증서를 받는데서 그친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연명치료 중단에 대하여 평소에 자신의 뜻을 가족들에게 알려 줘야 할 것이다.

“삶을 배우듯이 죽음도 미리 배워 둬야 할 것이다”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이젠 우리 사회도 스스로 선택하는 ‘존엄사’에 대하여 인식전환을 달리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삶에 있어 Well-being이라면, 죽음에 있어서는 Well-dying일 것이다.
김철상 기자 / 입력 : 2019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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