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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함양군,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선정으로 지역소멸 대응의 전환점 만들어야 한다

생활권 단위의 분석이 필요 지역경제 순환을 중심으로 설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 필요

김윤국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03일
단기4359년

↑↑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 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 hy인산인터넷신문
농어촌의 인구 감소는 더 이상 장기적 과제가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며, 구조적 위기로 고착되고 있다. 경남 서북부 내륙에 위치한 함양군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년층의 지속적인 유출, 고령화의 가속, 지역 내 소비 기반의 축소가 맞물리면서 지역경제의 자생력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생산과 소비, 생활이 외부로 분산되는 구조가 고착될수록 지역은 점점 더 비어 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2026년 4월 20일 공고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공모’는 단순한 재정지원 사업을 넘어 지역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는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추가 공모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이미 사업을 추진 중인 10개 군을 제외한 59개 군을 대상으로 하며, 5개 군 내외를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제한된 대상과 규모는 재정의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정책 효과를 집중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사업의 운영 방식 또한 명확하다. 선정 지역 주민에게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며, 재원은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로 구성되는 매칭 구조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경제 순환을 강화하려는 설계다. 외부로 유출되던 소비를 지역 안으로 묶어두고, 이를 통해 상권과 생산 기반을 동시에 유지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다.

함양군은 이미 한 차례 이 사업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2025년 공모 당시 전국 69개 대상 군 가운데 49개 군이 신청했고, 함양군 역시 경남 지역 신청 대상에 포함되었으나 최종 선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경험은 단순한 실패로 볼 것이 아니라 정책 설계의 보완 지점을 확인한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준비의 밀도와 전략의 정교함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공모는 ‘신청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핵심은 대상 지역 설정, 재원 운용 구조, 그리고 지역 내 순환 구조의 설계로 압축된다.

먼저 대상 지역 설정에서는 행정구역 중심의 접근을 넘어 생활권 단위의 분석이 필요하다. 
읍·면 단위 구분은 행정 편의에 기반한 것이지 실제 경제 활동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농업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는 권역, 또는 귀농·귀촌 인구가 집중되는 거점, 지역 상권이 형성된 생활권을 중심으로 시범지역을 설정할 때 정책 효과는 훨씬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책은 대상의 정확성이 확보될 때 효과를 낸다.
ⓒ hy인산인터넷신문

둘째, 재원 운용 구조는 지역경제 순환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이 외부 소비로 빠져나가는 순간 정책의 효과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사용처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전통시장과 농산물 직거래, 지역 서비스업과 연계된 소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농산물 구매와 연계된 소비 인센티브를 설계하면 농가 소득과 지역 상권이 동시에 유지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셋째,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개인에게 지급되지만, 그 효과는 공동체의 밀도에 의해 결정된다. 마을 단위 협의체,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조직과 연계해 단순한 소비를 넘어 협력과 참여의 구조로 확장해야 한다. 일정 부분을 공동체 활동과 연결하거나 지역 돌봄, 환경 관리, 공동 작업과 결합하는 방식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소득 정책을 공동체 정책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다.

함양군이 가진 공간적·자원적 조건도 중요한 변수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잇는 산악 생태 축, 청정 농업 기반, 풍부한 산림 자원은 단순한 1차 산업 구조를 넘어 생활·치유·체류가 결합된 복합적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본소득 정책을 이러한 공간 구조와 결합할 경우 정주형 인구 유입과 체류형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워케이션, 치유농업, 산림복지와 같은 새로운 생활 방식과의 결합 역시 충분히 현실적인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을 ‘지원사업’으로 접근하지 않는 태도다. 기본소득은 재정 투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역 구조를 재설계하는 수단이다. 정책의 성과는 지급 금액이 아니라 지역 내 순환율, 공동체 참여도, 그리고 장기적인 인구 유지 효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재정은 투입되지만 결과는 구조로 남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2026년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방향을 결정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정책을 공론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다. 함양군수는 물론 도의원, 군의원 출마자들이 농어촌 기본소득을 핵심 정책 의제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정 행정 책임자의 의지에 의존하는 정책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선거를 통해 공약으로 제시되고, 유권자의 선택 속에서 검증될 때 비로소 정책은 제도적 기반을 확보한다.

지역소멸 대응은 행정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선택이다. 정책은 제안될 수 있지만, 지속 여부는 지역 사회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기본소득과 같은 구조적 정책일수록 더 많은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지방선거는 이러한 논의를 제도화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소득 보전 정책이 아니다. 이는 지역경제 순환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밀도를 다시 높이는 정책이며, 나아가 지역이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정책이다. 함양군이 이번 공모를 단순한 사업 유치가 아니라 구조 전환의 출발점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여부는 지금의 준비와 선택에 달려 있다.

정책은 결국 설계의 문제이며, 설계는 의지와 준비에서 출발한다. 함양군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역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 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김윤국 기자 / 입력 : 2026년 05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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