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4359년
우리나라 농지는 국토의 약 15%를 차지하며, 식량 생산과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자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기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2024년 기준 경지면적은 약 150만 헥타르 수준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농가 인구의 고령화율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농지를 보유한 고령층은 늘고 있지만 실제 경작 인구는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여기에 거래까지 원활하지 않다. 농지를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요건에 가로막혀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농지는 남아 있지만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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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 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
| ⓒ hy인산인터넷신문 |
| 이 현상을 단순한 시장 위축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농지 거래는 「농지법」에 따라 농지취득자격증명, 자경 요건, 이용 목적 제한, 사후 관리 규정 등 복합적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거래를 조정하기보다 차단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매수자는 자격 요건에 막히고, 매도자는 수요 부족에 막힌다.
거래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끊기는 방식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고령 농업인에게 나타난다. 농사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농지를 정리하지 못하고, 보유 자산을 생활 자금으로 전환하지 못한다. 자산은 존재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농촌 지역 전체의 경제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자산이 묶이면 소비와 투자도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거래가 막혀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제도는 여전히 동일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기 억제라는 명분 아래 모든 거래를 동일하게 제한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실제 이용을 위한 이동까지 함께 차단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제도의 실행 방식이다. 농지 취득과 이용을 둘러싼 절차는 복잡하고, 해석의 여지가 존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사실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외부 수요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식적으로는 규정에 따른 절차지만, 실제로는 특정 범위 안에서만 거래가 이루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개방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거래가 제한된 상태가 장기화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폐쇄적으로 변한다. 수요가 줄어들고 참여 주체가 제한되면, 농지는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남게 된다. 이는 농지의 순환을 막고, 이용 효율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필자가 살펴본 해외 사례는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 프랑스는 SAFER를 통해 공공이 거래 과정에 참여해 농지를 매입하고 다시 공급함으로써 시장의 흐름을 유지한다. 일본은 농지중간관리기구를 통해 농지를 임차한 뒤 경영체에 재임대해 이용을 이어간다. 유럽연합은 세대교체 정책과 연계해 농지의 이전과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규제를 유지하되, 거래와 이용이 끊기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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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인산인터넷신문 |
| 반면 우리 제도는 거래 제한 이후의 단계가 충분하지 않다. 거래를 통제하는 장치는 작동하지만, 이를 보완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기능은 약하다. 그 결과 농지는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고립되는 상태로 남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나타나는 농지 거래 절벽은 시장이 스스로 만든 결과로 보기 어렵다. 제도적 장치가 시장의 흐름을 차단하면서 형성된 구조적 현상에 가깝다. 특히 동일한 규제가 모든 거래에 적용되면서 실수요까지 함께 배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농지의 성격 자체가 변할 수 있다. 생산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약화되고, 자산으로서의 기능도 제한되면서 농지는 활용되지 않는 토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규제의 강화나 완화가 아니라 집행 방식의 조정이다. 먼저, 투기 목적 보유와 실제 이용을 위한 거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구조에서는 실수요 거래도 함께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공공이 거래 과정에 일정 부분 참여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거래를 막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도록 중간 기능이 보완되어야 한다. 아울러 매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임대와 같은 다양한 활용 방식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고령 농업인이 농지를 유지하면서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농지를 보호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보호가 이용의 단절로 이어질 경우 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농지는 사용될 때 가치가 유지된다. 이동이 막히면 이용도 함께 멈춘다. 지금의 농지 거래 절벽은 단순한 시장 침체가 아니라, 제도가 만들어 낸 구조적 결과다. 이 구조를 조정하지 않는다면 농지의 생산 기능과 자산 기능은 동시에 약화될 것이다.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 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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