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제도, 이제 개혁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더 잘 할 수 있는가다.
한용택 기자 / 입력 : 2026년 03월 25일
단기4359년
지방자치는 흔히 ‘작은 정부’라고 불린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하면 주민의 삶과 직결된 모든 영역을 다루기 때문이다. 산업과 일자리, 교통과 주거, 복지와 교육, 환경과 안전까지, 지역의 일상은 지방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의해 결정된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이 규정하듯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와 직결된 광범위한 사무를 수행한다. 이는 곧 기초자치단체장이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하나의 정부를 책임지는 최고 집행자라는 의미다. 정책을 설계하고, 예산을 운용하며, 조직을 관리하고, 지역을 경영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자리다. 단순한 대표가 아니라 실제로 지역을 운영하는 책임자다.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더 잘 할 수 있는가다.
지방정부의 성과는 결국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이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방행정 연구에서도 정책 성과는 제도보다 리더십과 실행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OECD 역시 도시 혁신과 정책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정치적·행정적 리더십을 지목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누가 맡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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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 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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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공천 제도는 이 질문과 거리가 있다. 인지도와 경력, 익숙한 이름이 여전히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한다.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반복되는 선택이 이어지고, 정작 중요한 판단 기준은 뒤로 밀린다.
그 사람이 이 지역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가.
이십 년, 삼십 년의 정치 경력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다. 그 시간은 정책의 결과가 축적되고, 지역의 방향이 형성되는 기간이다. 따라서 그 기간 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산업 구조가 개선되었는지, 인구 흐름이 안정되었는지, 주민의 삶이 실제로 나아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공천 제도는 이러한 평가보다 인지도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선택의 중심에 서는 구조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흐리게 만든다. 성과보다 경력이 앞서는 구조에서는 정치가 발전하기 어렵고, 변화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오랜 기간 행정에 몸담아 일해 온 필자로서, 이 문제는 단순한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쟁력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본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다. 기업 유치와 산업 재편, 인구 정책과 복지 설계, 도시 공간 재구성과 환경 대응까지 복합적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종합 운영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이끄는 책임자가 충분한 준비와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기준은 분명하다. 영국의 런던은 교통 혼잡 해소와 환경 정책의 성과가 정치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베를린은 주거 문제와 도시 재생 정책의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이 명확하게 평가된다. 미국의 뉴욕 역시 치안과 재정, 도시 관리 능력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시장을 평가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얼마나 오래 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냈는가다.
지방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도시는 계획으로 움직이고, 정책으로 바뀌며, 실행력으로 완성된다. 정책의 방향이 맞아도 실행력이 부족하면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명확한 전략과 실행력이 결합될 때 도시는 빠르게 변한다.
따라서 공천 제도 역시 이 기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알려져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다.
이 과정에서 검증은 필수적이다. 정책 이해도와 문제 해결 능력, 조직 운영 경험, 공론의 장에서 이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토론 역량은 기본적인 조건이다. 특히 공개된 검증 과정은 유권자가 후보의 실질적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러한 검증 없이 이루어지는 공천은 결국 지역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기준은 이미 바뀌고 있다. 이제는 이름이 아니라 능력, 경력이 아니라 결과를 본다. 익숙함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을 선택하려는 흐름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치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공천 제도는 선거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공천 기준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과 역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작은 정부다. 그만큼 책임은 무겁고, 요구되는 능력은 분명하다. 이제는 공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공천의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지역의 미래도 바뀌지 않는다.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 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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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택 기자 /  입력 : 2026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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