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4359년
김홍신의 소설 ‘인간시장’은 책 제목부터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인간과 시장이라는 단어는 원래 함께 놓이기 어려운 개념이다. 인간은 존엄의 주체이고, 시장은 교환과 이익의 공간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두 단어를 의도적으로 결합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인간을 시장의 논리로 바라보고 있다는 냉정한 진단이다.
작가가 말하는 ‘인간시장’이란, 사람이 사람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쓸모와 효율, 권력과 연줄에 따라 값이 매겨지는 사회를 뜻한다. 그 안에서 양심은 비용이 되고, 정의는 비효율이 되며, 침묵과 순응은 생존 전략이 된다.
|
 |
|
| ↑↑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미래도시전략 연구원장 |
| ⓒ hy인산인터넷신문 |
|
인간은 이름이 아니라 배경으로 불리고, 신념이 아니라 결과로 판단된다. 김홍신은 이러한 구조를 은근한 비유가 아닌 직설적인 제목으로 드러낸다. 인간이 이미 스스로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기 위해서다.
‘인간시장’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분노나 고발에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부조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는다.
주인공은 사회의 모순을 정확히 인식하면서도, 그 구조에 완전히 편입되기를 거부한다.
그 결과 그는 끊임없는 불이익과 고독을 감당해야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정의로운 선택이 반드시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절망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독자에게 말한다.
사회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개인의 태도는 끝까지 남는다고. ‘인간시장’에는 통쾌한 승리도, 명확한 결말도 없다.
대신 “끝까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작가는 독자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각자의 삶에서 스스로 답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이 소설이 오늘날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시장’이 그려낸 사회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성과와 지표, 숫자와 등급으로 평가받는다. 말의 진실성보다 직함이 중요해지고, 과정의 정당성보다 결과의 효율이 앞선다.
실패는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설명된다. 인간관계마저도 경쟁과 비교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소설 속 인간시장과 다르지 않다.
특히 시장 논리가 인간의 내면까지 침투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더욱 날카롭다. 신뢰는 계산의 대상이 되고, 연대는 전략이 된다. 인간다움은 점점 비효율적인 선택처럼 취급된다.
김홍신은 이미 오래전에 이러한 사회의 방향을 예견했다.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다.
‘인간시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무겁다. 이 사회는 끊임없이 묻는다. “얼마나 유능한가, 얼마나 가치 있는가.” 반면 이 소설은 정반대로 질문한다. “무엇을 팔지 않았는가, 무엇을 끝까지 지켰는가.”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남느냐이다. ‘인간시장은 세상을 바꾸라고 외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삶에서 최소한의 선을 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를 묻는다.
이 불편한 질문이야말로, 이 소설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다.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미래도시전략 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