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43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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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 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
| ⓒ hy인산인터넷신문 | 신년벽두, 우리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돌아본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달라져도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인간의 품성과 책임에서 비롯된다. 오래전 고전의 문장들이 오늘에 이르러 새 의미를 갖는 이유도 그 안에 변치 않는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담박무이명지, 비영정무이치원(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이라 당부했다. 담박한 마음이 없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고요한 정신이 없으면 먼 길을 이루지 못한다는 가르침이다. 성과와 속도를 앞세우는 시대일수록 잠시 멈춰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을 단정히 하는 태도가 더욱 절실하다. 외부의 소음보다 내면의 기준을 세울 때 개인도 사회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유배지에서 다산 정약용이 자식에게 남긴 글 역시 깊은 울림을 준다.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면 그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남이 듣지 못하게 하려면 그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은밀한 말과 행동이 결국 불신과 갈등을 낳는다는 경계다. 공적 책임을 맡은 이들이 절제와 투명성을 잃는 순간 공동체의 신뢰는 쉽게 무너진다. 다산의 단호한 조언은 오늘의 공직사회와 시민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한 윤리적 기준이다.
2026년을 맞은 지금 우리는 변화와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 갈등은 증폭되고 이해관계는 복잡해졌지만, 해법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배제와 대립이 아니라 포용과 협치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다른 의견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 사회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협치는 특정한 정치 기술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공공의 방식이며, 성숙한 민주주의의 운영 원리다.
새해의 각오는 개인적 결심을 넘어 공동체의 약속이 되어야 한다. 제갈량이 말한 담박함은 탐욕을 내려놓고 공공의 가치를 앞세우겠다는 의지이고, 고요함은 격한 언어 대신 숙의와 대화를 선택하겠다는 태도다. 다산이 강조한 절제된 언어와 신중한 행동은 정치와 행정, 그리고 일상의 관계 속에서 다시 회복해야 할 품격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함께 길을 찾는 협력의 공간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살피는 포용이 공동체를 단단히 묶는 힘이다. 이해가 충돌하는 현장에서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설 때 신뢰의 토대가 다시 세워진다.
새해의 문턱에서 우리는 묻는다. 욕망과 분열의 유혹을 넘어 더 먼 미래를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의 말과 행동이 공동체의 신뢰를 넓히는 방향에 서 있는가. 그 물음에 성실히 답하는 순간, 다짐은 선언을 넘어 실천이 된다.
제갈량과 다산이 남긴 가르침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명료한 방향을 제시한다. 담박함으로 뜻을 밝히고, 고요함으로 미래를 준비하라는 메시지다. 그 위에 투명성과 신뢰, 포용과 협치의 가치를 굳게 세운다면, 새해는 한 단계 더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갈등 위에 다리를 놓고, 차이 위에 이해를 쌓아 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박환기 전 거제시 부시장 / 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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