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과 연기로 계단이나 복도 등 피난 통로가 차단되는 순간,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은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이처럼 탈출이 불가능해 보이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있으니, 바로 ‘완강기’다.
완강기는 고층 건물에서 계단을 통한 대피가 어려운 경우, 창문이나 발코니를 통해 건물 외부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피난기구다.
화재 초기, 연기가 빠르게 확산되거나 구조대의 도착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는 자력으로 대피할 수 있는 장비로, 말 그대로 ‘생명줄’이라 할 수 있다.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술기준에 따르면, 완강기는 대부분 건물의 3층부터 10층 사이에 설치되며, 다중이용업소는 2층에도 설치가 이루어진다. 특히 숙박시설은 객실마다 간이완강기를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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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설치만으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러 화재 사고 사례를 보면,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한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많은 이들이 평소 완강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위급 상황에서 사용법을 몰라 결국 대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난기구로서 완강기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설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한다고 볼 수 있다.
완강기의 사용법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정확한 순서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창문의 안전장치를 풀고 완전히 개방한 뒤, 완강기 지지대를 설치한다. 이어 완강기함에서 속도조절기와 후크를 꺼내 지지대에 연결하고, 나사를 돌려 단단히 고정한다. 그 후 지지대를 창문 밖으로 밀어낸 뒤, 아래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줄을 지면으로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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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높이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고정링을 가슴 쪽으로 당겨 벨트를 단단히 조인다. 하반신이 먼저 내려가도록 창틀에 걸터앉은 후, 벨트가 풀리지 않도록 양팔을 쭉 뻗어 벽면을 짚으며 천천히 하강한다. 완강기는 체중에 따라 자동으로 하강 속도를 조절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별도의 조작 없이도 안전하게 지상까지 내려갈 수 있다.
평소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에 완강기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급한 순간 생존 가능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불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준비는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우리의 소중한 생명은 단 한 번의 인식과 실천으로 충분히 지켜낼 수 있다.
함양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강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