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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장면 맛에 반했어요!”

-‘자장면 형님’이 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강원도 자원봉사자 박환 씨
김철상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12일
단기4351년 서기2018년

막바지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평창역에 즐거워 보이는 한무리의 외국인이 나타났다.

그러나 즐거운 표정도 잠시, 곧 당황스러운 기색으로 바뀌었고, 외국인들은 흩어져서 역사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 hy인산인터넷신문

건축 회사의 승객 안전 요원으로 일하고 있던 박환(54, 평창군 진부면)씨는 아무래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외국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내용인 즉, 이들은 싱가포르에서 온 세바스찬 푸씨네 가족들로, 올림픽플라자가 위치해 있는 대관령면을 여행할 작정이었으나, ‘평창 동계올림픽’이란 익숙한 말만 듣고, 무조건 평창역에서 내려 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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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올림픽 개막전으로, 열차가 자주 다니기 전이라 다음 열차는 4시간 이후에나 있었다.
낯선 곳에서 외국인들이 짬을 내 동네 구경을 다닐 수 있는 여건도 아닌지라, 그들은 역사 내에서 그저 다음 열차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은 쓰였지만, 마침 점심 시간이라 박씨는 동료들과 식사를 하러 장평 시내로 내려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평창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 박씨 손에는 자장면 그릇이 들어있는 흰 봉지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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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내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합실 한쪽 구석에 자장면이 펼쳐졌다. 싱가포르 가족들은 생각지도 못한 대접에 재밌어 하고, 한국인의 친절에 고마워했다.

처음 먹어 본 한국의 짜장면이 정말 맛있다며 양념까지 서로 나눠가며 싹싹 긁어 먹었다. 대한민국의 첫 인상은 달달하고 구수한 짜장면의 온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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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부터 박환씨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강원도 자원봉사자로 진부역에서 근무 중이다. 평창군 진부면 출신인 박씨의 30년만의 귀향이다.

육군 항공 조종사로 근무했던 박씨는 작년 12월 23일 퇴역을 앞두고, 가장 먼저 올림픽 자원봉사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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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올림픽 소식이 전해질 때 마다 함께 울고 함께 설레었던 그였다. 그래서 영어가 유창하고 체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조직위 자원봉사보다는 내 고향 강원도의 통역 자원봉사를 택했다.

싱가포르 여행객을 만났던 평창역 안전 요원 일은 올림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자원봉사 예습한다 치고 지원한 아르바이트였다.

짜장면 일화는 또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사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담당인 미즈노 쇼 기자(38). 미즈노 기자 역시 목적지는 진부역이었으나, 잠깐의 착각으로 평창역에 내려버렸다.
이번에는 장평서 택시 운전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해, 일본인 기자와 자장면 한 그릇 같이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일본인 기자 역시 처음 먹어 본 한국의 자장면 맛에 반해버렸다. 열차역에 잘못 내린 당혹스러움은 자장면을 비비면서 재미난 해프닝으로 변했다.

미즈노 기자와 박씨는 ‘카카오톡 친구’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의 호칭은 ‘형님’이 되었다. 미즈노 기자는 지금까지도 한국에서의 경험을 ‘박 형님’과 시시콜콜 나누고 있다.

박씨의 자원봉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이지만, 8시면 이미 진부역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청소를 하고, 출근하는 자원봉사자를 따뜻한 차로 맞이하고, 쏟아져 나오는 외국인의 통역을 담당한다.

봉사자들의 교대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씨가 자원해 가장 일찍 나오고, 가장 늦게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지역안내 자원봉사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아, 내 부모님, 내 형·누님처럼 생각하며 가끔 밥도 산다. 덕에 동료들 사이에도 인기가 좋다.

사실 이렇게 봉사에 힘을 쏟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교회 권사로, 남들에게 나눠주기 좋아하고,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쉬지 않던 아내가 2년전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아내의 건강을 지켜주지 못한 회한과 자책에 아직도 눈물이 솟지만, 아내가 생전 그렇게 열심이던 봉사를 이어가 보기로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 스스로 자원한 것이기에, 보통의 직업적 책임보다 더 큰 사명과 열정으로 뛰기로 했다.

게다가 내 나라, 내 고향에서 열리는 올림픽 이지 않은가. 그의 환한 웃음과 쾌활한 성격 덕에 역에서 지낸지 한 달 사이, 외국인 친구가 매일 늘고 있다. 스페인인도, 영국인도 한국인의 진심 어린 친절에 마음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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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둔내역에 내리려던 베트남인 한명이 이번엔 진부역에서 그만 내려버렸다. 대중교통으로 혼자 다니기는 어려워 하고, 택시를 타고 횡성이나 진부시내로 들어갈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영어도 통하지 않았다.

박씨가 자원봉사 부스에서 컵라면을 꺼내들었다. 베트남 여행객은 한국의 라면을 정말 맛있게 먹었고, 연신 엄지를 치켜들었다.

박씨에 의하면 쉰 살이 넘으면, 말이 안통해도 그 사람의 필요가 보이는데, 그걸 채워주는 것이 봉사가 아니겠냐고 한다. 이번엔 라면형님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김철상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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