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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도로개설 절대 반대 기자회견

민족의 산인 지리산 훼손을 막겠다 나서
그러면 노고단 횡단도로는 어찌할까?

김윤국 기자 / 입력 : 2026년 10월 29일
단기4359년

오늘 우리는 지리산의 생명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리산은 어느 한 지역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지리산은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아가는 생태계의 터전이며,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삶과 정신을 품어 온 민족의 산입니다. 또한 지리산은 미래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입니다.

그런 지리산에 벽소령도로를 개설하겠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도로를 내는 것이 지역을 살리는 길입니까?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반드시 지리산을 훼손해야 합니까?
ⓒ hy인산인터넷신문

우리는 분명히 선언합니다. 벽소령도로는 지역소멸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지역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지리산의 생명과 가치를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합니다.

첫째, 벽소령도로는 지리산의 생태적 가치를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할 수 있습니다.

지리산은 수많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이자 다양한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단순히 땅 위에 아스팔트를 까는 일이 아닙니다. 도로를 내기 위한 절개와 성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토사 유출은 산림과 계곡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도로가 개설된 이후에도 차량 통행과 사람의 출입 증가로 서식지 교란과 생태계 단절 문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산악지역은 지형과 식생이 복잡하고 생태적으로 민감합니다. 한번 훼손된 산림과 서식지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경제적 필요에 따라 도로를 만들 수는 있어도, 사라진 생명과 무너진 생태계의 가치를 돈으로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벽소령은 단순한 교통의 대상이 아니라 지리산의 자연성과 생태적 연속성을 지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개발에 앞서 그곳에 무엇이 살고 있고, 무엇을 잃게 되는지부터 물어야 합니다.

지리산은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산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터전입니다.

둘째, 벽소령도로는 지역소멸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지역소멸의 원인은 단순히 도로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이 부족하고, 교육과 의료, 문화와 주거 여건이 충분하지 않으며, 미래의 삶을 설계할 기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노년에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지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도로 하나를 건설한다고 해서 지역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다른 지역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고속도로와 우회도로, 각종 교통 기반시설이 확충되었더라도 일자리와 생활 기반이 함께 성장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교통망의 확충이 이동의 편리함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지역에 사람이 정착하고 아이들이 자라며 공동체가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로가 지역을 외부와 연결하는 동시에 소비와 일자리, 의료와 교육의 수요를 더 큰 도시로 이동시키는 통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역에서 소비하던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지역 상권이 약화된다면 도로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지역경제가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교통 접근성은 지역 발전에 필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수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 지역소멸을 해결하는 만능 열쇠가 아닙니다.

지역소멸을 막으려면 도로보다 먼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이 일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고, 농업과 임업, 지역의 고유한 산업을 살리며, 아이들이 안심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과 주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의료·돌봄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바탕으로 주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함께 높이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지리산을 훼손하면서까지 도로를 건설해야 지역이 살아난다는 주장은 지역소멸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개발의 규모가 아니라 주민의 삶이 얼마나 나아지는지를 기준으로 정책을 평가해야 합니다.

셋째, 지리산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길입니다.

지리산의 가치는 도로를 얼마나 많이 낼 수 있는가에 있지 않습니다. 맑은 물과 울창한 숲, 다양한 생명과 아름다운 경관, 오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날 자연환경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지리산의 생태적 가치와 자연경관은 생태관광과 걷기 여행, 지역의 농특산물, 전통문화와 지역 공동체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입니다. 자연을 보전하면서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설계한다면, 환경과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반면 한번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도로 건설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다시 검토하고 다른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지리산의 온전한 자연을 잃었을 때 그 손실은 우리 세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자연의 권리까지 빼앗는 일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자연을 없애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입니까? 당장의 개발 효과를 내세우며 수많은 생명과 공동체의 미래를 담보로 삼는 것이 진정한 지역 발전입니까?

지리산을 지키는 일과 지역을 살리는 일은 서로 대립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지리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민의 소득을 높이고,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고, 다음 세대가 돌아와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발전입니다.

넷째, 우리는 벽소령도로 대신 사람과 자연을 함께 살리는 대안을 요구합니다.
ⓒ hy인산인터넷신문

우리는 단순히 개발에 반대하는 데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소멸이라는 절박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며, 그 해결을 위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요구할 것입니다.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생태관광을 육성하고, 지리산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활용한 지역 일자리를 확대해야 합니다. 청년이 지역에서 창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농산물의 생산과 가공, 유통을 연결해 주민의 소득을 높여야 합니다. 교통이 필요한 주민에게는 기존 도로의 개선과 대중교통 확충 등 환경 부담이 적은 대안을 우선 검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벽소령도로의 필요성과 경제성, 환경적 영향에 대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도로 건설로 얻는 편익뿐 아니라 생태계 훼손, 복구 비용, 장기적인 유지관리 부담, 대안 사업의 효과까지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주민과 전문가, 환경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개된 자료와 검증 가능한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지역소멸은 지역 주민의 삶이 걸린 중대한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절박함을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개발을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지역의 가장 소중한 자산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힙니다!

하나, 우리는 지리산의 생태계와 자연유산을 훼손할 수 있는 벽소령도로 개설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하나, 우리는 도로 건설이 지역소멸의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일자리와 교육, 의료, 돌봄 등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을 요구합니다.

하나, 우리는 벽소령도로의 환경적·경제적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부터 충분히 검토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나, 우리는 지리산의 자연과 생태를 보전하면서 지역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하나, 우리는 지리산을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와 지역 주민의 연대와 실천을 이어갈 것입니다.

2026년 10월 28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국립공원을시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남원시민의 숲, 사회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수달친구들, 지리산케이블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지리산초록걸음, 전교조함양지회, 전교조산청지회, 진주환경운동연합, 하동참여자치연대,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 함양시민연대,
김윤국 기자 / 입력 : 2026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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